지난 9월 10일 목요일, 마켓핏랩과 믹스패널 본사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VIP 고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밋업을 열었어요. 믹스패널 APAC 총괄 Tom Blackman과 엔지니어링 매니저 Sonya Park가 직접 한국을 찾았고, 메라키플레이스와 티맵모빌리티의 실무자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날 세 팀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듣다 보면 계속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습니다.
AI 덕분에 무언가를 만드는 속도는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속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누가 판단하고 있을까요?
실제로 믹스패널 내부에서는 개발자 전원이 AI를 사용하고 있고, 최근 한 달간 출시된 코드의 71%에는 AI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해요.

문제는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 확률까지 자동으로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날 믹스패널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AI 시대의 새로운 나침반으로 제시했고, 메라키플레이스는 Mixpanel과 AI를 활용해 전사 구성원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데이터 활용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데이터의 정의와 거버넌스가 왜 중요해지는지를 이야기했고요.
AI가 실행과 분석의 속도를 높인 지금, 프로덕트 팀에는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요?
엔지니어링 매니저 Sonya Park는 먼저 AI가 제품 개발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바꾸고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이제는 PM이 아이디어를 내면 디자이너가 한 시간 안에 AI를 활용해 아티팩트를 만들고, 엔지니어가 몇 시간 만에 제품을 구현해 다음 날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문제도 생겼습니다. Sonya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MIT 경영대학의 한 연구를 소개했어요. 주요 마켓플레이스에 출시되는 신규 앱의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실제 사용량이나 리뷰 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더 많이,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그래서 Sonya는 북극성을 예로 들었습니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뱃사람들이 북극성을 보며 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진 지금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기준점이 바로 사용자 행동 데이터입니다.
그리고 Mixpanel은 여기서 Product Analytics의 다음 단계인 Product Intelligence를 이야기했습니다. 기존 Product Analytics가 퍼널이나 리텐션 같은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가 우리 제품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Product Intelligence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요. AI가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조직의 비즈니스 맥락을 함께 이해하고, "지금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래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찾아주는 것이죠. 데이터를 직접 하나씩 들여다보며 답을 찾는 것에서, AI와 함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의사결정까지 이어가는 방식으로 분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겁니다.
실제 데모를 보면 이 차이가 조금 더 명확합니다. PM이 입력한 질문은 복잡하지 않았어요.
"회원가입 퍼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줘."
Agent는 데이터를 분석해 온보딩 페이지를 두 번 본 유저의 전환 가능성이 다른 그룹보다 높다는 패턴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PRD를 작성해드릴까요?"
분석 결과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발견 → 분석 → 인사이트 → 다음 액션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RCA Agent는 지표에 이상이 생겼을 때 관련 실험이나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며 원인을 좁혀갑니다. 실제 사례에서는 특정 지표가 약 20% 감소한 상황에서 진행 중인 실험과 오류를 연결해 원인을 찾아냈어요.

필요하다면 Session Replay를 통해 숫자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이러한 Product Intelligence가 실제 제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새롭게 소개된 기능과 앞으로의 제품 방향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 주목할 만한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국 Mixpanel이 그리고 있는 Product Intelligence는 단순히 "AI에게 데이터를 물어볼 수 있다"는 그림보다 더 큽니다. AI가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것에서 왜 일어났는지 분석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연결하는 것. 이것이 이날 Mixpanel이 보여준 Product Intelligence의 방향이었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비대면 진료 앱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의 기정환 Product Owner가 이어받았습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2021년 12월부터 Mixpanel을 사용해왔어요. 당시 프로덕트 팀은 5명 정도로, PO가 데이터 분석 역할까지 상당 부분 담당했다고 합니다.
조직과 서비스가 커지면서 한계가 생겼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에게 Mixpanel 접근 권한이 있었지만 복잡한 분석은 결국 PO에게 돌아왔고, 서버 데이터와 Mixpanel의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쿼리와 리포트가 흩어지면서 PO의 부담도 커졌고요.
메라키플레이스가 Agen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분석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먼저 기존 이벤트와 프로퍼티의 컨벤션을 정리했습니다.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할 때는 PRD와 코드베이스, Figma를 바탕으로 필요한 이벤트를 확인하고, 컨벤션과 트래킹 규칙에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까지 연결했어요. 최종 승인된 이벤트를 모바일 앱과 웹에 적용하는 과정도 자동화했습니다.
즉 AI에게 분석을 맡기기 전에, AI가 분석할 데이터부터 같은 규칙으로 만들어지도록 정리한 것입니다.
이후에는 Mixpanel과 서버 데이터, 코드베이스를 MCP와 API로 연결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PO에게 요청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구성원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분석 결과도 HTML 리포트와 대시보드, OKR 보드, 메일·Slack 다이제스트 등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AI 역량과 회사의 인프라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인프라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는데요. 실제로 코드베이스를 마케터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등, 개인의 AI 활용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같은 데이터와 맥락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PO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실행부터 분석, 검증, 리포팅까지 직접 처리했다면 이제는 문제를 정의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게 됐다고 해요. PRD 작성과 검증, 실험 확인 등에 AI를 활용하고, 판단이 필요한 단계에는 사람이 직접 개입합니다.
그 결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늘었고 PRD 산출물의 품질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결국 메라키플레이스는 단순히 분석을 AI로 자동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분석과 검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이를 전사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입니다.
마지막은 티맵모빌리티의 로컬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배진범 Product Lead의 패널 토크였습니다.
티맵은 내비게이션을 넘어 사용자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는 로컬 프로덕트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뷰와 이미지, 숏폼 같은 콘텐츠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내부에서는 이런 질문이 계속 나왔다고 합니다.
"내비게이션 앱에서 사람들이 정말 콘텐츠를 볼까?"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이미지와 리뷰가 많아질수록 CTR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숏폼이 있는 장소에서도 더 높은 CTR이 확인됐어요. 이런 경향은 특정 연령대에만 한정되지 않았고요. 이 결과는 실제 숏폼과 콘텐츠 기능을 발전시키는 근거가 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가을 여행지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티맵테마코스'도 같은 맥락의 시도였어요.


즉 의견만으로 제품의 방향을 정하기보다 실제 사용자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다음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Mixpanel과 MCP를 활용하면서 데이터를 확인하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회의 중 새로운 질문이 나오면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고 논의해야 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에서 필요한 이벤트와 지표를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티맵에서는 실제로 비슷하게 정의된 이벤트 때문에 MCP가 의도와 다른 데이터를 가져온 경험이 있었어요. 문제는 잘못된 데이터로도 충분히 그럴듯한 분석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데이터의 정의와 거버넌스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데이터 조직이 이벤트 정의와 컨벤션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면, 이제는 AI를 직접 활용하는 데이터 소비자가 먼저 데이터 품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티맵은 데이터 조직 안에 데이터 거버넌스를 전담하는 기획 역할까지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AI 자동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여러 데이터 플랫폼을 MCP로 연결해 자동 리포트를 만들었지만 데이터 연결이나 조건이 달라지면서 결과가 흔들렸고, 자동화를 수정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들기도 했다고 해요.
결국 AI가 데이터를 더 쉽게 활용하게 만들어줄수록 좋은 데이터 정의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세 세션은 서로 다른 사례였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AI는 만드는 속도를 높였고, 이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속도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어떤 데이터를 믿을지, 그 결과로 무엇을 결정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AI를 실제 업무에 깊게 활용할수록 오히려 AI가 읽게 될 데이터와 맥락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었어요.
메라키플레이스는 Mixpanel을 중심으로 데이터의 기준을 정리하고 전사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티맵모빌리티는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전담하는 역할까지 만들었습니다. Mixpanel 역시 AI가 조직의 목표와 지표, 과거 분석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Product Intelligence를 발전시키고 있고요.

결국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빨리 답을 얻느냐가 아니라, 올바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을 얻고 그 결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AI가 실행의 속도를 높여준다면, 사람은 그 속도를 어떤 문제와 어떤 방향에 사용할지 결정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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